질 주

감독 : 이상인
주연 : 남상아
        이민우
        김승현
        송남호
        김태욱
음악 : 박안나
1999년 8월  WEA 국내 발매

가요방, 비디오방, 나이트 클럽, 홍대앞이라는 말 앞에 뒤따르는 카페, 이런 곳들이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질주>를 생각한다면 그런 곳에 대한 생각이 틀린 건 아닌가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 영화를 보는 많은 젊은이들이 동의한다면 말이죠.

영화 <질주>는 왕가위의 색깔이 느껴지는 빠른 도시의 모습에서 시작해서 비틀거리는 청춘들의 모습을 비추면서 시작합니다. 각각 4명의 개성있는 청춘들을 만날 수 있는데, 아르바이트에 피곤한 몸을 쉴 곳을 필요로 하는 상진이(이민우 분)와 언더밴드의 보컬을 하면서 자신만의 탈출구를 찾는 바람(남상아 분), 진정한 오렌지족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여린 영혼을 가지고 있는 승현(김승현 분), 엘리트지만 조금은 비겁하면서 나약한 모습의 선우(송남호 분). 이렇게 네 명은 갖가지 다른 이유로 한 건물 내의 상점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영화 곳곳에서 얽히고 만나게 되죠.

영화 속에서 이들 4명은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은 마치 스크린이하는 일기장에 끊임없는 자기고백을 털어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조금은 쑥스러울수도 있는 독백도 영화 속에서는 허전한 기운 속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그 이유가 혹시, 배우들이 독백으로 처리하는 단순한 독백형식을 띄고 있기도 하겠지만, 자신의 삶과 마음을 음악이나 그림이라는 예술적인 수단으로 표현하기에 더더욱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이야기의 중심점에 있기도 한 남상아의 목소리에 퍼져오는 무거우면서도 허탈한 목소리는 이 영화의 기본 색깔이기도 하지요.

이 영화에는 명실공히 스스로 작곡하고 스스로 부르는 기타 속의 독백처럼 자유로우면서도 불안한 젊은이들의 표상인 카페 속의 라이브 밴드들의 노래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흔히들 홍대 앞 까페로 대표되는 이들의 라이브 노래는 실제 이 영화처럼 그렇게 노래하고 이야기 해왔으며, 여전히 자신들만의 젊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언더밴드 중에서 그래도 유명한 '언니네 이발관', '미선이', '옐로우 키친' 등의 노래를 덤으로 들을 수 있지요. 특히 이 영화에서 직접 노래를 해 주는 남상아는 실제 '허클베리 핀'이라는 그룹에서 연주와 노래를 하고 있는 실제 언더밴드 가수로 이 영화에선 기존의 자신의 색깔보다는 좀 순화된 "아이스 큐브"라는 곡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방황을 보여주는 영화 <질주>에서 실제 한국의 또 다른 음악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조금은 반가운 일이기도 합니다. 이들 4명이 한자리에 모여서 이른바 '아르바이트생들의 단합대회' 내에 잔잔히 깔리는 그룹 '미선이'의 "시간"이나 영국의 5인조 밴드인 '레벨레스'의 "What A Beautiful Day" 는 경쾌함 속에서 청춘의 진수를 느끼게 하는 곡으로 아주 행복한 시간을 선사하며, 미국에서 꾸준히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노래하는 트레이시 채프먼의 "The Promise"는 보너스 같은 노래이기도 합니다. 영화 <질주>를 통해 듣는 한국의 인디 음악의 세계는 영화의 색깔과 더 없이 맞게 떨어지면서 색다른 시간을 선사합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실제 상당한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인디 그룹 중 하나인 '언니네 이발관'이 부르는 "어제 만난 슈팅스타"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사운드트랙 11번, "어제 만난 슈팅스타로" 로 즐겁고 경쾌한 5분 11초가 되시길 빕니다.

-곡 리스트-

1. 죽이다 - 남상아
2. 항상 넌 TV속의 그를 보며 - 남상아
3. 입맞춤
4. 불을 지르는 아이 - 남상아
5. 즐거운 미행
6. TECHNO NIGHT
7. 보도블럭 - 남상아
8. 시간 - 미선이
9. WHAT A BEAUTIFUL DAY - LEAVELLERS
10. PACK LAND - SPOON
11. 어제 만난 슈팅스타 - 언니네 이발관
12. SWEET - YELLOW KITCHEN
13. 결혼 - 강아지
by kinolife 2006. 7. 21. 1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