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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 90분

감 독 : 그리핀 던(Griffin Dunne)
각 본 : 미미 하레(Mimi Hare)

출 연 : 우마 서먼(Uma Thurman)
          제프리 딘 모건
           (Jeffrey Dean Morgan)
          콜린 퍼스(Colin Firth)
          샘 쉐퍼드(Sam Shepard)
          린제이 슬로언(Lindsay Sloane)
          저스티나 마샤도(Justina Machado)
          이사벨라 로셀리니
           (Isabella Rossellini)

음 악 : 안드레아 구에라(Andrea Guerra)

또 "뻔하디 뻔한 미국식 로맨틱 코미디"라는 말이 딱 맞는 평가.. 이 영화는 정말이지 전형적인 미국형 로맨틱 코미디다.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여성들에겐 약 90분의 시간 나쁘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영화들이 호주 감독이 만든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하는 영화였다.

영화속의 엠마, 뉴욕에서 잘 나가는 연애 전문 상담 코치? 머 좀 어렵긴 한데 타인의 연애 상담을 아주 실랄하게 가이드 해주는 잘 나가는 연애박사님이시다. 주로 남성들의 이중적인 면모, 무책임함, 그리고 얄팍해서 잘 변하고 육체적인 것에 집중하는 사랑에 대한 실날없는 비판을 여성들에게 쏟아내는 특성상 남성들에겐 비호감 1순위..여성들에겐 지상 최대의 연애박사님이시다.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을 해주는 일이다 보니 피곤한 일도 많고, 여느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잘나가는 여성 뉴요커의 삶은 꽤 동경의 대상으로 보인다. 특히 누구를 사랑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몰라 방황하는 여성들에게는 거의 신 적인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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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의 연애담을 이야기 하는 위치이다 보니 전혀 역사를 모르는 커플이나 사람들의 생활에 개입해서 단편적으로 이야기를 끌어다 줄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꽤 실수도 하게 되는데 그 실수에 엮인 뉴욕의 어느 소방수는 그녀 때문에 파혼당한 이후 그녀에게 복수의 칼날의 갈아 버린다. 그녀의 입담으로 인해 실연 하고 자신이 계획했던 인생에 큰 차질을 빚은 패트릭..어디 너 한번 당해봐....컴퓨터 조작을 통해서 그녀와 자신을 서류상 결혼시켜 버린다. 이거 하는 사람도 떨리겠지만, 당하는 사람은 미칠 노릇이다. 실제로 생각하면 딱 고소감인데 영화는 전산상의 오류 쯤으로 남기고 영화를 진행시킨다. 그래야 사건이 벌어지니..그렇게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유부녀가 되어 버린 엠마는 패트릭을 찾아가서 이혼 요구를 한다..영화는 그러면서 결혼을 하려고 한 상대 대신에 스파크가 일듯, 자신도 모르게..혹은 자꾸 만나도 보니 나도 모르게...라고 하는 연애의 케이스를 전부 노출하면서 영화상 만나기로 되어 있는 커플을 맺어지는 방향으로 달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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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영화의 내용은 빤하고...광고문구나 시놉 정도만 봐도 어떤 건지 알 수 있는 너무나 전형적인 영화다. 그렇지만 이런 로맨틱 코미디는 영화의 소소한 부분에서 매력을 찾는 비법이 필요한데 이 영화도 그런 양념을 꽤 많이 가지고 있다. 몇가지 찾아보자면, 엠마를 둘러싼 두 남자...의 매력 비교..어쩌나... 영국을 대표하는 부드러운 남자 콜린 퍼스가 저렇게 됐나 싶을 정도로 우유부단하고 여자를 깔판으로 삼아 자리보전이나 하고 손에 초콜릿이나 과자 부스러기를 주물럭거리는 시원찮은 남아로 전락했는지 눈여겨 볼만하다. 이 귀여운 영국신사는 그렇게 그저 그런 조연으로 전락해 버려서 어찌나 씁쓸하던지 그에 비해 떠오르는 신예라고 해도 좋을 제프리 딘 모건은 꽤 육감적이고 매력적이다. 완전 백인도 아니고 이국적인 외모에 터프하고 튼실하다. 연애하고 싶게끔 하는 외모에 유머감각도 있고, 세계적인 거부 앞에서도 자기가 끌려하는 이성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신있게 말하고 이상하게 눈길이 간다. 콜린 퍼스가 그저 성공이나 자리 보전에 연연해 하는 것으로 비치고 패트릭 딘 모건은 비록 소방수라고 하는 육체 노동자라 하더라도 축구를 즐기고, 책도 짬짬히 읽고 자기 문화를 당당히 즐기는 모습을 통해 인생을 즐기는 여유있는 남자로 보이는 것이다. 두 남자, 명성과 상관없이 너무 비교나게 그려 놓아서...엠마가 고민할 필요가 없게끔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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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말고 또 매력적인 남자가 하나 더 있는데, 그건 엠마의 아빠로 나온 원로배우(슬프다 이런 배우에게 이런 호칭을 써야 한다는 게) 샘 쉐퍼드..결혼을 앞두고 방황하는 딸에게 "언제나 다 잘할 순 없다. 실수 하는 걸 두려워 하지 말아라" 라고 말해 주는 영화속 아빠란...."그 방법을 몰라서 바람둥이처럼 살았지만 그 덕분에 정말 내 짝을 찾았을 땐 더 자신이 있었다"고 말해 줄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속에서 궂이 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은 그 긴 세월의 여정이 그저 좋지도 순탄하지 않았겠지만..그 덕분에 그 나이에 행복할 수 잇음을 살면서 보여주는 아빠..그리고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라...그래서 그런지 노구의 샘 쉐퍼드는 꽤 멋있어 보였다. 솔직히 젊은 두 남자 보다는 이 영화 속의 이 늙은 배우와 캐릭터랑 차 한잔 하고 싶다는 느낌을 가진 건 무얼까....그리고 그와 함께 덤으로 나와준 이사벨라 로셀리니의 모습은 우아함의 극치, 매력 그 자체였던 그녀가 나이 앞에서 얼마나 변모했는지..안타까움과 함께 반가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건 또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주인공 엠마 생각을 다시 하게 됐는데..이사벨라 로셀리니를 보고 너무 늙었구나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고 우마 서먼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한 나를 떠올렸다. 이젠 이런 영화 나오기엔 좀 아니겠는걸...얼굴 주름 꽤 눈부시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슬펐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참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몸매랄까... 결혼식이 등장하다보니, 엠마가 입고 나오는 웨딩 드레스가 요즘 잘나가는 디자이너 암살라 드레스라고 하니 그것 역시 관심있게 볼 만하다. 눈으로 행복한 건 즐기고 봐야 하고 ..영화 속의 이국적인 면모, 음악들도 공짜로 구경하는 뉴욕의 모습이라 꽤 흥겹다. 영화는 진부하지만..나름대로 반가운 미덕들이 꽤 숨어 있는 영화다.
by kinolife 2009. 3. 6. 06:16